Bailey Bunny와 농부의 고양이

 Bailey Bunny와 농부의 고양이

Yu May 지음

제1장:

베일리가 곤경에 처한 이야기

옛날 옛적, 야생화가 바람에 춤추는 푸른 초원의 아늑한 구석에, 아늑한 토끼 굴에서 토끼 가족이 살고 있었다.

굴 안의 모든 어린 토끼 소녀들 중에서 가장 예쁘다고 널리 인정받는 토끼가 있었으니, 바로 베일리 버니(Bailey Bunny)였다. 불행히도 그녀는 어린 토끼들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다는 평판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녀의 호기심과 씩씩한 기질을 사랑하셨고, 심지어 그녀가 잘못을 저지를 때에도 그랬다. 베일리의 아빠는 멋진 검정과 황갈색 토끼였고, 엄마는 초콜릿색이었다. 베일리의 털은 라일락색이었지만, 가슴과 배 부분에 아빠와 비슷한 황갈색 무늬가 있었다. 그녀의 막내 동생 베니(Benny)는 아빠를 닮았지만, 그의 푸른 검정 털은 한 톤 더 밝았다.

베일리의 하루는 초원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클로버를 조금씩 갉아먹고, 베니와 숨바꼭질을 하며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베일리는 이웃 농부의 울타리를 둘러싼 덤불 속에 숨었다. 베니가 20까지 세고 “준비됐어? 안 됐으면 어쩌라고!” 하고 외치기도 전에, 베일리 엄마가 덤불 속에 숨은 딸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끌어냈다.

엄마 토끼는 딸의 귀를 꼬집어 잡고 굴로 데려가면서 고개를 저었다. “베일리! 농부의 텃밭은 출입 금지라는 거 알지!”

베일리는 한 발로 깡충거리며 끌려갔다. “아야! 그냥 숨바꼭질 하던 거예요, 엄마! 정작 텃밭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베일리는 이웃 토끼 아이들이 그 광경을 보고 킥킥거리는 소리를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 세기를 다 끝낸 베니는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무시한 채, 엄마가 이를 딱딱 소리 내며 말했다. “쯧쯧! 베니한테 텃밭 근처에 가지 말라고 수없이 말했잖아. 그래서 일부러 거기 숨은 거지? 지금 당장 엉덩이 때려주고 싶네. 게다가 말대꾸까지 하다니, 아주 세게 한 번 더 때려줘야겠어!”

그러더니 엄마는 베일리를 빙글 돌려서 딸을 허리에 꼭 붙잡고, 파란색과 노란색 선드레스 엉덩이 부분에, 떨리는 보송보송한 꼬리 바로 아래로 첫 세 번을 철썩 때렸다. 베일리는 깜짝 놀라 끼익 소리를 질렀다가, 엄마가 약속대로 두 번째 매질을 위해 발을 높이 치켜드는 것을 보고 몸이 굳었다. 하지만 그 징벌의 손이 내려오기 전에, 아빠의 우렁찬 웃음소리가 굴에서 튀어나오며 들려왔다. “호호! 이게 무슨 소란인가?”

사랑하는 아내가 사랑하는 딸을 때리려는 모습을 본 아빠는 팔짱을 꼈다. “여보? 이번엔 베일리가 무슨 짓을 해서 맞을 짓을 한 거야?”

엄마가 코웃음을 쳤다. “무라카미 씨 농장 울타리 옆 덤불에 숨어 있는 걸 딱 걸렸어!”

베일리는 엄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무라카미 씨 텃밭 안에는 안 들어갔어요! 계속 울타리 밖에 있었어요! 제발요, 아빠, 그만하라고 해주세요. 안 들은 거 아니에요!”

베니가 입에서 엄지손가락을 톡 빼고 아빠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맞아요, 아빠! 텃밭 안에 들어가는 건 못 봤어요… 근데 제가 그때 눈 감고 있었거든요.”

아빠가 턱에 발을 대고 흥 흥 했다. “흠! 여보, 베일리한테 텃밭 안에 들어가지 말라고 여러 번 말한 건 알지만, 무라카미 씨 울타리 바깥 덤불까지 포함된다고 베일리한테 분명히 말했어?”

엄마의 귀가 뻣뻣해졌다가 축 늘어졌다. “글쎄…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 텃밭 근처에 가지 말라고 백 번은 말했을 거야, 한 번도 아니고!”

아빠가 팔짱을 끼고 애원하는 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구나. 베일리야, 울타리 바깥 덤불에 숨을 때 엄마 말 안 들으려던 거니?”

베일리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가, 때림을 피하려면 아니라고 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빠! 절대 일부러 안 들으려던 거 아니에요. 울타리 바깥 덤불은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베일리가 덤불에 숨을 때, 베니가 금지된 울타리 근처에 절대 찾으러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었다. 하지만 꼬리가 엄마 발에 그렇게 취약한 상황에서 그 진실 전체를 털어놓고 싶지는 않았다.

아빠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한숨을 쉬며 엄마에게 고개를 저었다. “알았어, 베일리. 그럼 경고 정도로 몇 대 때리는 걸로 충분할 거야. 여보, 내려놔. 오늘은 제대로 때릴 필요 없어.”

엄마가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셨다. 남편과 논쟁하며 딸을 몇 분 더 때리고 싶었지만, 대신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베일리를 내려놓았다. 다만 가볍게 엉덩이를 몇 번 토닥이며, 간신히 피한 운명을 상기시켜 주었다. “네, 여보. 베일리야, 아빠한테 가서 안아드려. 그리고 다음에 네 보송보송한 꼬리를 편안하게 앉힐 때마다, 오늘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게 아빠 덕분이라는 걸 기억해.”

아빠는 딸의 포옹을 받아주고 나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농부 텃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규칙에는 울타리 바깥 덤불도 포함이야. 당근이든 상추든 딸기든 아무리 먹음직스러워 보여도,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해. 알겠니?”

이 기쁜 소식에 귀가 쫑긋 선 베일리가 씩 웃었다. “네, 아빠!”

하지만 베일리의 시선이 울타리로 둘러싸인 초록빛 텃밭으로 향하자, 오늘 때림을 피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베일리는 생각했다. “불공평해! 텃밭에 있는 식물들이 우리 굴 근처에 있는 것들과 뭐가 다르다고! 오히려 훨씬 맛있을 거야. 게다가 여우도 없으니까 아마 더 안전할걸!”

아빠가 베일리가 텃밭을 빤히 쳐다보는 걸 눈치채고는 턱을 들어 올려 주의를 끌었다. “기억해, 베일리. 만약 또 안 듣는다면, 때림이 기다리고 있어. 그냥 때리는 게 아니라, 네가 오래오래 기억할 만큼 세게.”

베일리는 귀가 축 늘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에는 때 맞을 생각만으로도 불순한 생각이 싹 가셨다.

날들이 주 단위로 지나가며 베일리는 호기심을 억눌렀다. 하지만 어느 황금빛 오후, 해가 지기 시작하며 초원에 긴 그림자를 드리울 무렵, 베일리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굴 근처 그녀가 좋아하는 햇볕 좋은 자리에 앉아 있는데, 농부 텃밭 안에서 이상한 게 보였다. 밝은 주황색이었는데, 당근처럼 생겼지만 모양은 사과처럼 둥글었다. 목을 길게 빼고 보니 분명 동물 같았다. 어쨌든 눈 두 개와 입이 있었고, 울타리 위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듯했다. “저게 농부 모습인가? 엄청 이상하네.”

베일리가 울타리에 다가가자 주황색 얼굴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대신 울타리 아래쪽, 두 덤불 사이 틈으로 빛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베일리는 부모님이 근처에 있는지 확인하려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부모님은 굴에서 저녁 준비 중이었고, 베니는 가족 굴 옆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으며, 이웃 토끼 아이들은 쑥꽃을 먹느라 정신없었다. “어차피 아빠는 울타리 바깥 덤불에 들어가지 말라고만 했지, 울타리 쳐다보지 말라는 말은 안 했어.”

역시나, 베일리가 울타리 틈 가까이 다가가자, 주황색 머리에 빨강과 파랑 털(적어도 베일리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을 가진 키 큰 이상한 동물이 보였다. 가장 이상한 건 가슴에 작은 노란 원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각각 작은 태양처럼 빛났다. 마치 그녀를 부르는 듯 윙크하는 것 같았다.

베일리는 드레스 아래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이 한 약속과, 그 약속을 어기면 맞을 매질을 떠올렸다. 하지만 어린 모험심에 그 미스터리는 너무 강렬했다.

“살짝만 볼 거야.” 그녀는 속으로 말했다. “아무것도 안 만질 거야. 그냥 보기만 할 거야.”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채, 그녀는 울타리 틈을 느껴보았다. 거친 나무에 옷이 찢어질까 봐 걱정돼 파란 블라우스와 노란 치마를 벗어 풀밭에 가지런히 개켜 놓았다. 주황 머리 농부를 제대로 보고 나면 바로 돌아와 옷을 입고, 부모님은 전혀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

옷이 걸릴 걱정 없이도, 베일리는 머리를 밀어 넣기 위해 애써야 했다. 그러다 꼬리가 울타리 밖에 걸려서 꼼짝 못하게 됐다. 베일리는 발을 버둥거리며, 부모님이 언제든 와서 그녀의 맨 엉덩이가 때리기 딱 좋은 자세로 걸려 있는 걸 발견할까 봐 겁에 질렸다. 온 힘을 다해 밀어붙이니 쿵, 구멍을 빠져나와 텃밭 안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머리 위로 농부의 커다란 주황 머리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얼어붙어 있었다. 베일리는 끼익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 숨을 곳을 찾았다. 하지만 텃밭 안의 잎사귀들은 낯설었다. 나무도, 울창한 덤불도, 굴로 통하는 탈출 구멍도 없었다. 그녀는 잎채소 뒤로 몸을 던지고 헐떡였다. “미안해요, 농부 아저씨! 당신 작물 하나도 안 먹을게요! 그냥 잠깐… 보려고만 했어요?”

베일리가 농부를 자세히 보니, 팔과 다리가 뻣뻣하고 나무 막대기 같았다. 아니, 정말 나무 막대기였다. 빨강과 파랑 “털”은 헐거운 천 조각이었고, 그녀는 잠자리 동화에서 본 농부의 빨간 플란넬 셔츠와 파란 멜빵바지라는 걸 알아챘다.

베일리가 코웃음을 치려다, 모든 토끼 아이들이 배운 규칙—더 큰 동물 앞에서는 가만히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농부의 눈이 토끼 굴처럼 새카맣고 텅 빈 걸 보고는 결국 터져 나왔다. “어? 살아 있는 게 아니네. 그냥 머리에 구멍 뚫린 커다란 주황 식물이었어! 머리카락도 짚이잖아!”

그 마지막 깨달음이 베일리의 조용히 있겠다는 결심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녀는 땅바닥을 구르며 깔깔 웃었다. 마침내 그 이상한 주황 식물이 호박이라는 걸 알았다. 작년 가을, 부모님이 농부 집 밖에 놓인 호박을 가리키며 가까이 가지 말라고 날카롭게 경고했던 적이 있었다. “너 무라카미 씨야? 그냥 터무니없이 큰 호박 머리일 뿐이잖아!”

숨을 헐떡이며 베일리가 일어났다. 무라카미 씨가 막대기에 꽂힌 호박일 뿐이라면, 모든 토끼들이 아무것도 아닌 걸 두려워했던 거다. 부모님께 이걸 말하면 그 멍청한 규칙을 잊고, 그녀가 얼마나 영리했는지 깨달을 것이다. 이 텃밭의 먹을거리는 겨울 내내 굴 전체를 먹여 살릴 만큼 많았다.

그러자 베일리에게 환상이 떠올랐다. 그녀는 토끼 굴의 모든 가족들이 모여 그녀의 영광의 순간을 지켜보는 가운데, 높은 받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아빠가 등을 토닥여 주고 나서 그녀 발밑 군중 속으로 내려갔다. “베일리 만세, 가장 용감한 토끼여! 브라보!”

군중 속에서 엄마가 아기 베니를 들어 올려 베일리의 승리 순간을 보게 했다. 모두가 깊이 절을 했다. “봤지, 베니? 네 언니 베일리가 모든 토끼 아이들의 본보기가 될 거야!”

“힙 힙 훠레이!” 숭배하는 군중이 포효했다. “베일리 여왕 만세!”

갑자기 베일리는 머리에 황금 왕관을 쓰고, 보라색 망토와 어깨 덮개를 두르고 있었다. 황금 홀을 흔들며 환호를 잠재웠다. “고마워요! 여왕으로서 첫 번째 명령으로, 이제 어떤 어린 토끼도 다시는 때림을 당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모든 때림은 영원히 금지합니다!” 모든 토끼가 이 소식에 환호성을 질렀다.

발을 비비며 베일리가 킥킥 웃으며 상상 세계에서 빠져나왔다. 마지막에 토끼 여왕이 되는 부분은 좀 터무니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상상하는 건 재미있었다.

무서운 무라카미 씨 이야기가 신화에 불과하다는 증거로 트로피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베일리는 호박 머리 농부의 바지를 잡아당겼다. 그를 넘어뜨려 눈에 띄던 금속 브라스 단추 하나를 떼어낼 계획이었다. 베일리가 잡아당기자 멜빵바지의 낡은 끈 하나가 풀렸다. 철푸덕, 바지가 땅에 떨어졌고, 베일리는 실에 겨우 매달린 단추 하나를 보고 킥킥거렸다. 토끼 앞니로 단추를 물고 세게 잡아당겨 떼어냈다.

하지만 그 계획은 낮고 위협적인 으르렁거림에 갑자기 중단됐다. 베일리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당근 밭 뒤에서 크림색의 뚱뚱한 고양이가 노란 두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제1장 끝]


베일리 버니와 농부의 고양이

Yu May 지음

제2장:

베일리가 사악한 미우 마담을 만난 이야기

고양이가 덮쳤다.

하지만 베일리는 간신히 몸을 빼서 도망쳤고, 훔친 단추는 여전히 입에 꽉 물려 있었다. 고양이의 발톱 하나가 베일리의 옆구리를 스쳤고, 그녀는 몸을 홱 당겨 빠져나오느라 허벅지에 얇은 상처를 남겼다.

실망한 고양이는 날카로운 전투의 함성을 지르며 추격을 시작했다.

베일리의 머릿속에서 이건 그냥 고양이가 아니었다. 바로 ‘그 고양이’였다. 그런 생물을 본 적은 없었지만, 등줄기를 타고 겨울 바람 같은 한기가 스치는 순간 베일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농부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텃밭을 순찰하며 침입자를 항상 경계한다는 이야기. 모든 이야기에서 고양이는 여우보다 작지만, 위험도는 떨어지지 않고 훨씬 더 잔인하다고 했다.

공황 상태에 빠진 베일리는 어깨 너머를 흘끗 보고 포식자의 모습을 확인한 뒤, 울타리 틈을 찾으려 했지만 미친 듯이 달아나는 바람에 어디 있는지 감을 잃어버렸다.

베일리의 심장이 가슴속에서 쿵쾅거렸다. 채소밭 사이를 지그재그로 달렸다. 어리석게도, 그 투박한 단추의 무게가 분명 자신을 방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지만, 너무 무서워서 뱉어내지 못했다. 길고 질서정연한 식물 줄기는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고, 지는 해의 마지막 빛이 사방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마침내 나무로 된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앞쪽에 커다란 어두운 구멍이 있었다. 눈을 깜빡이며 베일리는 그게 전에 들어왔던 구멍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절박했다. 그 거대한 구멍으로 뛰어들자, 탈출로가 아니라는 사실에 절망했다. 세상이 온통 어두워진 것 같았고, 나무 울타리의 벽이 사방에서 조여오는 듯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베일리가 큰 구멍이라고 생각한 건 사실 열린 문이었고, 울타리 일부라고 생각한 건 튼튼한 작은 장작 창고였다. 베일리가 거기서 스스로를 가둔 게 어리석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부모님 말을 안 듣고 무단 침입을 한 어리석은 토끼라면 당신도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토끼에게 구멍과 그림자는 대개 안전의 신호였고, 베일리는 장작 창고라는 걸 동화 속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안은 서늘하고 퀴퀴한 곰팡이와 녹 냄새로 가득했다. 베일리는 쌓인 장작 더미 뒤에 숨었고, 숨이 가빴다. 부드러운 쿵 소리와 함께 고양이가 장난스럽게 문을 스치더니, 꼬리를 살짝 휙 젖혀 문을 닫아버렸다. “잡았다! 갇혔어, 침입자!” 하얀 발로 폴짝거리며 고양이가 쉭쉭거렸다.

베일리는 여전히 헐떡이며 기절 직전이었지만, 추격이 멈춘 지금 고양이를 자세히 볼 기회가 생겼다. 스노슈 종으로, 길고 솜털 같은 털을 가진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본 적도, 말을 해본 적도 없었지만, 베일리는 이 고양이가 암컷이라는 걸 정확히 짐작했다.

얼굴을 파묻고 장작 더미 뒤로 더 깊이 파고들려 했지만, 고양이가 다가오자 들켰다는 걸 알았다. 반대편에서 장작 더미를 빙 돌아 문 쪽으로 달려갔지만, 발로 밀어보니 문이 꽉 닫혀 있었다.

다른 방법이 없어, 베일리는 훔친 단추를 툭 떨어뜨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제발요, 고양이 아가씨… 여기에 오면 안 된다는 거 알아요. 부모님이 이 텃밭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다시는… 다시는 안 올게요! 약속할게요!”

고양이가 멈칫하더니 귀를 쫑긋 세웠다. 느긋하게 몸을 돌려 먹잇감 쪽으로 폴짝폴짝 다가왔다. “내 이름이 ‘고양이 아가씨’가 아니야! 이름도 안 물어보고 그렇게 부르는 건 엄청 무례하거든! 참 예의없는 꼬마 토끼 아가씨네!”

고양이가 한 발짝 다가오자 베일리는 깜짝 놀라 다시 창고를 빙 돌았다. 고양이는 베일리의 헛된 도주 시도를 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머리가 핑핑 도는 가운데 베일리는 다시 장작 더미 뒤로 숨었다. “정… 정말 죄송해요, 마님. 무례하게 굴고 싶지 않아요. 그냥 놓아주신다면 엄마한테 예의없었다고 때려달라고 말할게요! 어… 제 이름은 베일리예요? 저…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고양이가 코를 킁킁거리더니 발을 핥으며 이 드라마를 즐기는 듯했다. “때려달라고? 오, 얘야, 그건 사악한 침입자에게는 너무 관대한 처벌이야… 아, 그리고 날 마담 미우(Ma’dam Miu)라고 불러, 꼬마 토끼 아가씨.”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베일리는 장작 더미 밑바닥을 할퀴며 구멍을 파서 숨고 싶었지만, 바닥은 단단하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발요, 미스– 제발 마담 미우님! 제 가족한테 돌려보내 주세요. 한 번 때리는 걸로 부족하다면, 무단 침입했다고 두 번 때리라고 말할게요! 그리고… 그리고 원하시면 당신도 저를 때려도 돼요.”

베일리는 발로 얼굴을 가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꼬리를 내밀며 그게 괴롭히는 이를 만족시킬 수 있기를 바랐다.

그 광경에 고양이가 골골거렸다. “오호호, 세 번이나 때려달라고? 음, 솔직히 너 아프게 하는 소리 꽤 마음에 드는데… 어디 보자…”

장난스러운 태도를 버리고, 마담 미우가 베일리에게 덮쳤다. 등 아래쪽과 허벅지를 한 번씩 긁었다. “우선 네 무례함에 대한 벌부터 시작해볼까? 그 다음에 기분이 어떨지 보자고.”

가엾은 토끼는 날카로운 발톱이 등과 허벅지를 찢는 느낌에 다시 창고를 빙 돌았지만, 곧 가운데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며 떨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가운데 더 이상 숨으려 애쓸 힘조차 없었다.

마담 미우가 새를 노릴 때 고양이가 내는 소리로 지저귀었다. “히히히! 아직도 도망치려는 거야, 이 멍청한 토끼야? 아직도 교훈을 못 배웠구나. 자, 잘 들어, 꼬마 토끼 아가씨. 네 엄마 아빠가 집에서 널 어떻게 혼내는지 모르고, 솔직히 관심도 없어! 이제 넌 내 텃밭에 있으니까, 내가 보고 싶은 대로 혼내줄 거야! 우선, 가만히 있어서 큰 애처럼 때림을 받아봐. 먼저 엎드려서 그 솜털 뭉치 같은 꼬리 내밀어. 자, 어서!”

정신이 멍해진 베일리는 배를 깔고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언제 발톱이 자신을 갈기갈기 찢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신 마담 미우가 발톱을 쓰지 않고 장난스럽게 툭툭 치기 시작했다. 처음 두 번은 엉덩이에 맞았지만, 베일리에게는 때림이라기보다 무거운 타격처럼 느껴졌다. 사실 베일리의 공포가 모든 걸 왜곡하고 있었다. 실제 아픈 것보다 겁이 훨씬 더 컸다. 베일리는 본능적으로 앞으로 깡충 뛰고 빙글빙글 돌았다. 마침내 고양이가 베일리의 얼굴을 툭 치더니, 둘 다 얼어붙었다. 마담 미우가 베일리의 목덜미를 살짝 물었다.

마담 미우가 바늘 같은 이빨을 드러냈다. “넌 배우는 게 느리구나, 안 그래?”

그러더니 베일리를 완전히 놀라게 하게도, 마담 미우가 베일리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 솜털에 누르고 골골거렸다.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마담 미우가 먹잇감을 부비며 말했다. “자자, 얘야. 이 때림이 도망치지 말라는 교훈이 되길 바래, 이 멍청한 토끼야.”

이상하게 위로가 된 베일리는 고개를 들고 마담 미우가 귀 뒤를 핥아 털을 매끈하게 해주는 걸 받아들였다. “ 때… 때려줘서 감사해요, 마담 미우님! 그… 그럼 이제 보내주는 건가요?”

마담 미우가 입맛을 다시며 잠시 생각했다. 그러더니 목덜미를 물고 베일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야옹 호호! 아니야! 미안, 얘야!”

마담 미우가 입에 베일리를 물고 있어 위협적인 효과가 좀 줄었지만(베일리는 너무 무서워서 눈치채지 못했다), 잘 연습한 극적인 독백을 시작했다. “널 마스터 무라카미한테 데려갈 거야! 마스터가 너 어떻게 할지 딱 알 거야! 마스터가 나 자랑스러워할 거야, 아마 널 저녁거리로 요리해서 나한테 조금 줄 거야!”

마담 미우가 문을 발로 툭툭 쳤다. “네가 내 영역에 침입한 날 후회하게 될 거야! 나는 마담 미우 무라카미야! 내가 보는 모든 것의 주인! 정원의 여왕! 농장의 황후! 우주의… 여신?”

마담 미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양발로 문을 두드렸지만, 문이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턱이 풀리며 베일리가 부드럽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마담 미우의 가슴에 붙잡힌 채였다.

정원의 여왕, 농장의 황후, 우주의 여신 마담 미우가 머리를 젖히고 울부짖었다. “야옹! 지금 당장 열려… 제발?”

먹잇감을 까맣게 잊은 채, 고양이는 둥근 문손잡이를 향해 뛰어올랐다. 문을 여는 데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제대로 잡히지 않아 다시 데굴데굴 굴렀다. “마스터, 갇혔어요! 내보내줘!”

자유로워졌다는 걸 깨달은 베일리는 창고를 한 바퀴 돌았지만, 사실 자유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어쩔 줄 몰라 베일리는 코를 구석에 처박고 타임아웃을 당한 척했다.

한편 마담 미우는 부정 → 분노 → 흥정 → 우울의 단계를 밟고 있었다. “냐아! 죽을 거야! 나 진짜 멍청한 고양이야! 굶어 죽을 거야… 아, 아니면…”

눈알을 굴리며 마담 미우가 잃어버린 먹잇감을 향해 몸을 돌리고 등을 활처럼 굽혔다. “아니면… 토끼를 먹어!”

베일리는 고양이의 폭언을 듣고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작은 심장은 이제 터질 것 같았다. 더는 한 발짝도 뛸 수 없었다. 눈을 감고 빨리 끝나기를 빌었다.

마담 미우가 침을 뱉으며 갇힌 토끼에게 기어가다 갑자기 공포에 질려 얼어붙었다. “맞아!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근데… 내 고양이 밥그릇이 없잖아! 특별한 공주님 그릇 없이 어떻게 먹어?”

절망적으로 야옹거리며 마담 미우는 문으로 돌아가 발톱으로 할퀴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 좀 봐! 새끼 토끼 하나 제대로 못 잡네! 내 고귀한 조상들이 부끄러워할 거야! 때림을 받아야 할 건 나야! 나 진짜 나쁜 고양이야!”

베일리가 억지로 눈을 뜨고 고양이를 보았다. “음… 괜찮아요, 마담 미우님?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요. 우리 둘 다 괜찮을 거예요.”

갑자기 혼자가 아니라는 걸 떠올린 마담 미우가 베일리 옆 구석에 바짝 붙었다. “정말? 진심이야? 마스터 무라카미가 날 구하러 올 거라고 생각해? 내가 이렇게 멍청하고 한심하고 쓸모없는 고양이라서 날 미워하지 않을까?”

“다른 고양이는 본 적 없지만, 당신이 그렇게 나쁘진 않아 보여요.”

“정말? 그럼 마스터 무라카미가 신문지를 말아서 날 때릴까?”

베일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신문지 말아서 때린다는 게 뭐예요?”

“끔찍해! 마스터 무라카미가 강아지를 그걸로 때리는 걸 봤어!”

베일리가 침을 꿀꺽 삼켰다. 신문지 말아서 때리는 게 뭔진 모르지만, 절대 맞고 싶지 않은 거라는 건 알았다. “그럼 전에 당신을 신문지로 때린 적은 있어요?”

마담 미우가 쉭쉭거렸다. “당연히 없지! 그 멍청한 강아지가 강아지 때 집 안에서 실수했을 때 몇 번 때린 게 다야. 개들이 고양이 화장실을 못 쓴다는 게 믿어져?”

완전히 어리둥절한 베일리가 엄마가 자신이나 베니가 다쳤을 때 쓰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흉내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담 미우님, 전에 신문지로 때린 적이 없다면 왜 지금 그렇게 걱정해요?”

고양이가 눈을 굴렸다. “왜냐면 강아지를 때릴 때 ‘나쁜 강아지’라고 했거든. 나도 나쁜 고양이잖아. 토끼 하나 제대로 못 잡았으니까!”

베일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결국 저를 잡았잖아요. 제가 당신한테서 어떻게 도망칠지 전혀 모르겠어요.”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마담 미우가 베일리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골골거렸다. “좋은 지적이야, 꼬마 토끼 아가씨. 그런데 네 이름이 뭐였더라?”

긴장을 풀 수 없는 베일리가 겉으로는 포옹을 받아들였다. “베일리 버니예요.”

“베일리? 집에 가면 부모님한테 때림을 맞는다고 했지? 그럼 왜 그렇게 집에 가고 싶어 해? 때림이 무섭지 않아?”

집에 간다는 생각에 베일리의 귀가 쫑긋 섰다. “아! 음…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상한 질문이네요. 때림은 무섭죠. 하지만 엄마 아빠는 무섭지 않아요. 때려도 저를 사랑한다는 걸 알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뭐든지 집에 가고 싶어요.”

마담 미우가 생각에 잠겨 야옹거렸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네. 나도 어렸을 때부터 신문지로 맞을까 봐 무서웠는데, 마스터 무라카미는 단 한 번도 날 때린 적 없어. 근데 넌 때림을 많이 맞았는데도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네. 때림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거야?”

베일리가 고개를 떨궜다. “아니요. 때림은 끔찍해요! 가끔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아요. 집에 무사히 가면 분명 내 인생 최악의 때림을 맞을 거고, 아마 한 번이 아닐 거예요… 하지만 집에만 안전하게 도착하면 괜찮아요. 오히려 부모님이 한 시즌 내내 매일 밤낮으로 때려줬으면 좋겠어요!”

마담 미우가 한 번 으르렁거리더니 다시 골골거렸다. “많이 생각하게 해줬네. 네가 부모님 얘기하는 방식이 나한테 무라카미 부부가 어떤 느낌인지 떠올리게 해. 내가 멍청한 고양이라서 마스터 무라카미한테 신문지로 때려달라고 부탁해야 할까?”

베일리가 마담 미우가 머리를 핥는 느낌에 몸을 긴장시켰다. 혀가 거칠고 따끔거렸다. “저는 신문지로 맞아본 적 없어요. 하지만 어리석은 토끼라서 때림을 받아 마땅하다는 건 알아요. 죄책감이 들면 그게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마담 미우가 하품을 했다. “정말 그럴지도! 그럼 마스터 무라카미를 다시 보면 신문지로 때려달라고 부탁할게… 그리고 너도 나한테서 도망칠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어. 너를 먹어야 한다면 나도 슬플 거야, 베일리.”

꿈꾸듯 마담 미우가 토끼 등에 머리를 얹었다. 베일리는 여전히 포로 신세였지만, 고난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숨을 고를 수 있었고, 쿵쾅거리던 심장이 조금씩 진정되었다. “저도 그래요. 당신이 저를 먹어야 한다면 저도 슬플 거예요, 마담 미우님.”

장작 창고 밖은 밤이 깊어 조용했다.

[제2장 끝]


베일리 버니와 농부의 고양이

Yu May 지음

제3장:

베일리가 무라카미 가족을 만난 이야기

베일리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깨어났다. 가느다란 햇살 한 줄기가 눈을 부시게 했다. 하지만 자유를 향해 달아나기도 전에 마담 미우가 목덜미를 물고 새끼 고양이처럼 번쩍 들어 올렸다. “야옹하! 잡았다, 토끼!”

검은 머리의 어린 소녀가 나타났는데, 베일리는 그녀의 선드레스를 보고 정확히 무라카미 씨의 딸일 거라고 짐작했다. 소녀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고 킥킥 웃었다. “아! 마담 미우 여기 있었네! 뭘 물고 있―― 어머, 세상에!”

소녀가 뭐라도 하기 전에 마담 미우는 베일리를 물고 다리 사이로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고양이가 또 다른 나무 문을 향해 돌진하자 베일리는 눈을 가렸다. 분명 고양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일리는 고양이 문(cat door)을 본 적이 없었다. 이상한 가죽 덮개가 얼굴에 철퍽철퍽 부딪히는 느낌에 발을 버둥거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무라카미 가족의 농가 안이었다.

검은 머리의 소년이, 소녀와 비슷한 키로, 테이블에 앉아 신문 만화 페이지를 보고 있었다. “마담 미우, 이번엔 뭘 물고 왔어?”

마담 미우가 빙글 돌아서 포로 토끼를 들어 올렸다. “봐라! 침입자를 사로잡았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인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 큰 덩치의 서툰 목소리 톤으로 대강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마담 미우는 아주 똑똑한 고양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무라카미 가족과 몇 년을 함께 지내며 그들의 말을 꽤 잘 이해하게 됐다. 심지어 인간들에게 말을 걸기도 했는데, 우리 큰 바보 인간들은 동물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입에 물고 있어서 제대로 말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마담 미우는 베일리를 툭 떨어뜨리고 가슴을 쭉 폈다. “나는 진짜 사냥꾼이야! …이제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고양이가 놓자마자 베일리는 문 쪽으로 쏜살같이 달렸다. 덮개를 향해 뛰어올랐지만 퉁 튕겨져 나와 아픈 꼬리로 퍽 착지했다. 덮개는 안쪽으로 열리는 구조였고, 작은 토끼 혼자서는 너무 무거웠다.

“야!” 마담 미우가 소리쳤다가 하품을 하고는 자기 밥그릇을 찾으러 갔다. “뭐, 마스터 무라카미가 다음에 뭐 할지 알겠지.”

“아빠!” 소년이 불렀다. “마담 미우가 뭔가 집 안으로 끌고 왔어요!”

베일리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 너머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마크! 마담 미우가 토끼를 잡았어!”

소년 마크 무라카미가 문으로 달려들어 꽉 닫았다. “안 돼, 미아! 그럼 도망가잖아!”

미아 무라카미는 포기하지 않고 문을 밀치려 했다. “가엾은 토끼 좀 놓아줘야지, 이 못된 녀석아!”

마담 미우의 귀가 꿈틀하더니 테이블 위로 뛰어올라 앉아서 몸을 핥기 시작했다. “뭐, 내가 잡아온 토끼 먹기 싫으면 죄수를 풀어줘도 되겠네.”

미아가 문을 살짝 밀어 틈을 만들었다. 베일리가 그 틈으로 뛰어들려 했지만 마크가 문을 쾅 닫고 몸으로 막았다. “우리 채소밭에 풀어주면 안 되지, 이 바보야!”

문 밖에서 미아가 문을 두드렸다. “바보라고 부르면 안 돼! 못됐어!”

“너 방금 나 못됐다고 했잖아.”

“그래, 못됐으니까!”

“그리고 넌 바보야. 아빠! 여기 부엌에 토끼인가 뭔가가……?”

마크가 베일리가 있던 자리를 내려다보니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부엌 시계가 똑딱똑딱 무겁게 울렸다. 마침내 미아의 목소리가 포효하듯 들렸다. “바보!”

맞은편 부엌 끝에 멜빵바지를 입은 키 큰 남자가 나타났다. “이게 무슨 소란인가?”

문 뒤에서 미아가 크게 소리쳤다. “아빠! 마크가 가엾은 작은 토끼를 놓쳤어요!”

“으윽! 내가 놓친 거 아니야! 설령 놓쳤다 해도 네가 고자질쟁이잖아!”

무라카미 씨가 손가락을 들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쉿…”

무라카미 씨가 몸을 숙여 부엌 바닥을 훑어보더니, 식탁 아래 떨고 있는 형체를 발견했다. 베일리는 발로 얼굴을 가리고 작아지려고 애썼지만, 귀는 큰 남자의 숨소리를 듣기 위해 쫑긋거렸다.

테이블 위에 앉은 마담 미우는 목욕을 멈추고 예의 바르게 흥미로운 눈으로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러더니 무라카미 씨가 손목을 홱 꺾어 베일리의 가슴과 배를 단단히 잡고 들어 올렸다. 토끼들은 잡히면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는데,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역시나 베일리는 크게 소리 지르며 발을 버둥거렸지만, 무라카미 씨는 그녀를 가슴에 단단히 안았다. “이런, 봐라? 진짜 살아 있는 걸 잡았구나, 마담 미우.”

마담 미우가 골골거렸다. “고마워요. 노고를 알아줘서 기뻐요.”

마침내 베일리의 목소리가 계속 비명을 지르다 지쳐버렸고, 그녀는 농부의 크고 안정적인 손 안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무라카미 씨가 손을 돌려 베일리의 털을 살펴보았다. “흠. 황갈색 무늬가 있네. 분명 어린 토끼야. 아깝네. 마담 미우, 이 못된 녀석, 엄마한테서 빼앗아 왔지?”

고양이가 코웃음을 쳤다. “내가 침입하는 걸 발견한 거라고. 너 마음대로 해. 난 상관없어!”

무라카미 씨가 베일리를 자기 얼굴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너는… 내 텃밭에서 채소를 훔치려 했니?”

베일리는 남자의 말투에서 불안한 기운을 느끼고 발로 얼굴을 가렸다.

마침내 미아 무라카미가 문을 밀치고 들어와 오빠를 밀어내고 문이 엉덩이에 부딪혔다. “안 돼! 가엾은 아기 토끼 해치지 마!”

마크가 신음했다. “잠깐, 마담 미우가 토끼한테 냄새를 다 묻혔는데… 부모님이 거부하면 어쩌지? 집을 못 찾으면?”

베일리가 훌쩍이기 시작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무라카미 씨가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갔다. “토끼들은 부모 본능이 강해. 다른 토끼들이 알아볼 거야… 울타리에서 돌 던질 거리 떨어진 굴에서 온 애일 거야.”

미아가 아빠의 긴 걸음에 맞춰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토끼 엄마 아빠가 집 나간 벌로 때릴까요?”

마크가 따라잡아 코웃음을 쳤다. “쳇! 터무니없네. 토끼들은 새끼 토끼를 때리지 않아. …물고 차고 그런 거지.”

무라카미 씨가 어깨를 으쓱했다. “좋은 토끼 부모라면 물거나 차진 않겠지만, 제대로 한 번 혼내줄 수는 있겠지. 아, 여기 우리 침입자가 들어온 곳이네. 이거 막아야겠어. 그리고 너, 꼬마 침입자…”

무라카미 씨가 베일리를 돌려 꼬리를 살펴보고는 치켜든 엉덩이에 장난스럽게 세 번 톡톡 쳤다. “이게 경고야. 이제 곧장 엄마 아빠한테 돌아가렴.”

베일리는 그 톡톡 치는 느낌에 떨었다. 실제로 아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철저히 꾸중받은 기분이었다. 무라카미 씨가 울타리 반대편에 그녀를 내려놓자마자 베일리 버니는 굴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한 번 멈춰 뒤를 돌아보았다.

무라카미 씨와 마크가 울타리에 기대어 있었다. 그러자 미아가 울타리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들었다. “안녕, 토끼 아가씨! 무단 침입해서 너무 세게 맞지 않았으면 좋겠어!”

가족이 집으로 돌아가자 베일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느릿느릿 집으로 향했다. 귀가 너무 축 늘어져서 풀밭을 끌며 갔다.

무라카미 씨의 정원에서 마담 미우가 달콤하게 야옹거리며 멜빵바지 다리에 몸을 비비고 등을 활처럼 굽혀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야옹! 그러고 보니! 마스터 무라카미, 제가 이렇게 나쁜 사냥꾼이라서 때려주셔야 할 것 같아요!”

무라카미 씨가 웃으며 고양이를 들어 올려 어깨에 단단히 걸치고 꼬리를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때리는 척하지만 힘은 전혀 주지 않았다. “알았어, 마담 미우, 네가 원한다면. 나쁜 나쁜 고양이. 다시는 가엾은 토끼 괴롭히지 마.”

마담 미우가 머리를 뒤로 젖히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마치 너무 아파서 못 견디는 척. “야옹! 미안해요, 마스터! 제가 마땅히 받아야 할 대로 때려주세요!”

하지만 무라카미 씨가 앉아서 마담 미우를 무릎에 올리자, 고양이는 꼬리를 치켜들고 순순히 “징계”를 받아들이며 골골거렸다.

[제3장 끝]


베일리 버니와 농부의 고양이

Yu May 지음

제4장:

나쁜 토끼에게 제대로 된 한 대

베일리 엄마가 굴 구멍에서 튀어나와 딸을 꽉 끌어안았다. “베일리! 여기 있었구나, 사랑아! 여우한테 잡혀간 줄 알았어. 아빠가 밤새 숲을 순찰하고 다녔단다.”

엄마 품에 파묻히며 베일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 저… 무라카미 씨 텃밭에 들어갔어요!”

엄마가 몸을 굳히더니 포옹을 풀고 베일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베일리는 발을 질질 끌었다. “지… 지금 때려주실 건가요?”

엄마가 코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아빠가 돌아오면 그 얘기 하자. 지금은 들어가서… 몸 좀 녹이자.”

갑자기 베일리는 예쁜 드레스를 밖에 두고 왔다는 걸 떠올리고는 몸을 가렸다. 엄청나게 벌거벗은 기분이었다.

굴 안으로 들어가자 이웃 부모들과 친구들이 보였다. 베일리를 보자 다른 토끼 아이들이 기뻐서 끼익끼익 소리를 질렀지만, 몇몇은 발로 가리키며 킥킥거렸다. “우와! 베일리 이제 혼날 거야!”

엄마가 순찰 암컷 무리에게 낮은 목소리로 뭐라고 속삭였다. 베일리는 그들이 아빠와 함께 일하는 정찰대원들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고 나서 엄마는 지켜보는 토끼 무리를 지나 가족 굴로 베일리를 데려갔다. 말없이 엄마는 세면대 옆 의자에 베일리를 앉혔다. 엄마가 주전자를 올리자 베일리는 변명하고, 애원하고, 설명하려 했지만 말이 목구멍에서 막혔다.

베일리는 의자 위에서 안절부절못했다. 엄마가 첫 번째 주전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을 세면대에 붓는 걸 지켜보았다. 엄마가 다음 주전자를 데우러 가자,

베니가 요람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언니, 집에 왔어? 그럼… 여우가 안 먹었네?”

베일리는 솜씨 좋게 피어오르는 김을 죄책감 어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니… 고양이를 봤어.”

“고양이가 진짜야? 난 고양이는 목욕통에서 가만히 못 있는 나쁜 토끼 새끼만 잡아먹는 줄 알았는데.”

베일리가 발로 얼굴을 가렸다. “근데… 나 진짜 나쁜 토끼야.”

엄마가 두 번째 주전자를 부었다. 손가락으로 물 온도를 확인했다. “그래, 아주 어리석은 토끼였지. 하지만 목욕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다시 착한 토끼가 될 수 있어. 상처부터 씻어야지. 욕조에 들어가, 베일리.”

베일리는 순순히 욕조에 들어갔다. 물이 좀 뜨거워서 편안하지 않았고, 앉으려 하자 꼬리를 간질이는 김이 올라왔다. 결국 베일리는 앞으로 닥칠 일의 전조처럼 느껴지는 이 뜨거움이 딱 맞는다고 생각하고 엉덩이를 뜨거운 물에 푹 담갔다. 찌릿했다. 나쁜 토끼 같은 자신은 딱 적당한 온도의 목욕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비누를 거품 내서 베일리를 꼼꼼히 문질렀다. “물이 생각보다 뜨겁네. 베일리, 좀 식히고 싶어?”

베일리가 귀를 좌우로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마침내 엄마가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베일리. 무라카미 씨 텃밭에 왜 들어갔는지 말해줄래? 길을 잃은 거니?”

베일리가 중얼거렸다. “아니요… 그냥… 그냥 갔어요… 변명할 게 없어요.”

엄마가 코웃음을 쳤다. “흠. 그럼 베일리, 아빠가 돌아오자마자 제대로 한 번 맞을 각오해야 할 거야.”

베일리가 훌쩍였다. “…네, 엄마.”

“일어나봐, 베일리. 상처가 꿰매야 할지 보자.”

베일리가 흠뻑 젖은 채 일어나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 엄마가 빙글 돌려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엄마가 베일리를 욕조에서 들어 올려 푹신한 하얀 수건으로 거칠게 닦아주었다. 엄마가 이렇게 해준 지 오래됐고, 베일리는 자신이 너무 커서 엄마가 안아주지 못하는 줄 알았다.

마침내 엄마가 마담 미우가 남긴 등과 옆구리 상처를 발견하고, 말없이 몸을 숙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베일리는 얼굴이 화끈거리며 욕조 가장자리를 잡고 몸을 숙였다. 엄마가 혀를 찼다. “고양이 발톱 자국은 처음 보는데, 바느질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그래도 닥터 리스터의 페놀을 발라서 붕대 감아줄게…”

요람에서 베니가 끙끙거렸다. “페놀? 그거 엄청 따끔거릴 텐데.”

엄마가 목화솜에 페놀 병을 적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따끔거려야 해. 그게 약이 제대로 작용하는 거야. 가만히 있어, 베일리.”

베일리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젖은 솜이 상처를 스치자 역시나 타는 듯한 느낌이 왔다. 등과 옆구리에 여섯 개의 긴 발톱 자국, 엉덩이에는 십자 모양으로 세 줄씩 열두 개가 있었다.

그때 굴 문이 열리고 아빠가 들어왔다. “정찰대 애들이 베일리가 왔다고? 괜찮아?”

엄마가 등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엉덩이 쪽으로 내려가며 붕대를 하나씩 붙였다. “큰 부상은 아니야… 근데 곧 더 아플지도 모르지. 베일리, 어서. 아빠한테 다 말해.”

엄마가 마지막 붕대를 엉덩이에 붙이고 필요 이상으로 세게 톡톡 눌렀다. 베일리가 한 번 깡충 뛰었다가 아빠 앞에 멈춰 섰다. 가슴에 수건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하루 종일 하고 싶었던 말이 쏟아졌다. “아빠… 제가 말씀 안 들었어요. 일부러 무라카미 씨 텃밭에 들어갔어요. 처음엔 호박 머리 아저씨가 진짜 뭔지 보려고 했는데, 그냥 평범한 호박이었어요. 그래서 농부는 신화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무라카미 씨가 아니었고—고양이도 신화가 아니었어요. 날 쫓아와서 어두운 터널 같은 데로 들어갔는데, 그건 텅 빈 나무 같았고, 날 긁었어요—”

베니가 베개에서 고개를 들었다. “고양이가 한 입에 꿀꺽 삼키려 했어? 괴물 목구멍에서 뛰쳐나왔어?”

“아니… 몇 번 물긴 했는데 아팠지만, 진짜 먹으려 한 건 아닌 것 같아—고양이가 좀 이상했어—별로 똑똑한 고양이는 아닌 것 같았는데, 다른 고양이를 만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그래도 고양이치고는 나쁘진 않았어—이야기에서 들은 것만큼은—근데 생각보다 훨씬 무서웠고, 날 엄청 잘 잡았어. 근데 잡고 나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아서 무라카미 씨가 날 저녁거리로 요리할 거라고 했고—무라카미 씨는 아빠처럼 아들딸이 있는 아빠였어요—그리고 무단 침입했다고 제대로 때려야 한다고 해서 곧장 집으로 보냈어요. 무라카미 씨 말이 맞아요. 저는 제대로, 아주 세게, 적어도 이번 계절 내내 매일 밤낮으로 맞아야 해요. 지금 때려주실 건가요, 아빠?”

아빠가 베일리의 양 볼에,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팔로 안아 올렸다. “당연히 때려야지. 너 찾는 내내, 네 보송보송한 꼬리가 딸기처럼 빨개지도록 때려줄 거라고 계획했어. 그런데 한 번만 더 안아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도 했지. 오, 베일리 아기야. 정말 사랑해. 그리고 사랑하기 때문에…”

베일리가 아빠 가슴에 대고 엉엉 울었다. “으앙! 아… 아빠! 제발 때려주세요! 때려줘야 해요, 타임아웃도 시켜줘요! 때려줘, 때려줘! 때려주세에에!”

아빠가 의자에 앉자 베일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았다. 때려달라고 했어도 맞는 게 쉬워지는 건 아니었다. 이미 감정적으로 무너진 상태였다. 갓난아기처럼 울부짖으며 아빠 무릎 위에 엎드려졌다. 첫 번째 철썩 소리와 함께 베일리가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아야! 아, 안 돼! 이렇게 때리지 마! 너무 세! 아파!”

아빠가 양쪽 엉덩이에 한 번씩 두 번 더 때렸다. “아파야 해, 베일리. 다시는 절대 안 들을 생각 못 하게 세게 때려야 해.”

베일리가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며 몸을 비틀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하지만 처음 세 대에 이미 결심이 무너졌다. 마음으로는 때림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지금 엉덩이는 극렬히 반대하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제발 때리지 마, 아빠!”

아빠가 엉덩이 한가운데를 세게 때렸다. 베일리가 팔과 다리를 쭉 뻗으며 울부짖었다. “아우우우! 아! 제발, 아빠! 더 이상 때리지 마! 제에에발!”

하지만 아빠는 돌처럼 침묵하며 더 세게, 더 빠르게 때렸다. 얼굴에 화나거나 짜증난 기색은 전혀 없었다. 딸의 애원하는 소리를 무시하며 계속했다. “나쁜 거 알아! 아주 나쁜 토끼였어요! 으앙! 아하—훅—으으으! 갸! 으아아앙!”

서른 대를 견디자 베일리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알아들을 수 없는 흐느낌으로 무너졌다. 끝에는 “나… 나쁜… 나쁜…”을 반복했다.

아빠가 마지막으로 쩌렁한 한 대를 때리고 치켜든 엉덩이를 토닥였다. “그래, 베일리. 아주 나쁜 토끼였어. 하지만 용감하게 잘못을 고백했지. 이 때림이 끝나면 다시 착한 토끼가 될 거야. 하지만 아직 안 끝났어. 일어나, 베일리. 손은 머리 뒤로 해.”

떨면서 베일리가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엉덩이가 저려서 바로 서기 힘들었다. 손을 머리 뒤로 하자, 지금 자신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 보일지 생각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맨 엉덩이를 드러낸 커다란, 버릇없는, 아기 토끼처럼.

아빠가 조끼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베일리 눈가를 닦아주었다. “이건 처음에 엄마가 울타리 근처에서 너 잡았을 때 때려줬어야 했던 때림이야. 그거만으로도 충분히 나빴지. 그런데 너는 일부러, 잘못이라는 걸 알면서 무라카미 씨 텃밭에 들어갔어. 그렇지, 베일리?”

베일리의 눈에 새 눈물이 고였다. “네, 아빠.”

“만약 무라카미 씨 고양이가 널 죽였다면, 우리가 어떤 기분일 것 같아?”

베일리가 고개를 숙였다. “스… 슬플까요?”

“그래. 슬픈 것 이상이야. 심장이 찢어질 거야, 베일리. 지금 네 엉덩이가 아픈 거 알아?”

베일리가 불편하게 몸을 움직이며 뒤를 돌아 새빨갛게 달아오른 엉덩이를 보았다.

아빠가 손을 뻗어 왼쪽 엉덩이를 두 번 토닥였다. “이건 내가 널 잃으면 영원히 느낄 아픔에 비하면 아주 작은 상처야. 그래서 나쁜 토끼 새끼들은 때림을 받는 거야. 때림의 아픔이 다른 이를 아프게 하는 게 어떤 건지 가르쳐주기 위해서야. 이해가 돼, 베일리?”

베일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빠.”

아빠가 오른쪽 엉덩이를 왼손으로 두 번 토닥였다. “그래서 다시는 절대 무단 침입 안 하게 하려면 얼마나 세게 때려야 할까?”

베일리가 침을 삼켰다. “저… 모르겠어요? 아주 나쁜 토끼였으니까… 꽤 세게 맞아야 할까요?”

아빠가 의자에서 일어나 베일리 위로 우뚝 섰다. “맞아, 베일리. 그래서 오늘 밤 잠자기 전에 한 번, 내일 아침 학교 가기 전에 한 번, 두 번 더 때릴 거야.”

엄마가 눈물을 닦으며 작게 신음했다. “두 번이나 더? 아, 여보, 울타리 근처 간 걸로 가엾은 베일리가 충분히 혼났잖아.”

아빠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전부였다면 그랬겠지. 하지만 베일리는 오늘 세 가지 잘못을 했어. 울타리 근처 간 것에 한 번, 울타리를 넘어 텃밭에 들어간 것에 한 번, 그리고 일부러 잘못이라는 걸 알면서 한 것에 한 번 더 때려야 해. 안 그래, 여보?”

엄마가 한숨을 쉬었다. “아니… 반대할 순 없지. 그래도 가엾은 베일리가 너무 불쌍해서.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베일리의 입술이 떨리더니 앞니로 깨물었다. “아니에요, 엄마. 아빠 말이 맞아요. 저… 나빠요. 영원히 때림만 받아야 해요.”

아빠가 고개를 저으며 무릎을 꿇고 베일리 눈을 마주 보았다. “그건 아니야, 베일리. 분명 나쁜 짓을 했지. 하지만 그게 널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나쁜 토끼로 만드는 건 아니야. 제대로 때려주는 건, 네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꼬마 토끼 소녀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때려주는 거야. 다시 착해지라고.”

베일리의 코가 실룩거리더니 아빠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아빠, 아직도 화나 계세요?”

아빠가 베일리 어깨 뒤를 토닥였다. “아니, 베일리. 너한테 절대 오래 화낼 수 없어… 하지만 아직 한 번 더 때려야 해. 그리고 저녁도 안 먹고 자야 해.”

이미 따끔거리는 꼬리에 찌릿한 느낌이 와 베일리가 신음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아빠 어깨에 입맞춤을 했다. 아빠의 부드러운 털에서 나는 묘한 짭짤한 냄새에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네, 아빠. 다시 착해질 때까지 때려주세요.”

아빠가 베일리 코에 입맞춤을 했다. “그럴 거야, 토끼야. 오늘 밤 잠자기 전에 두 번째 때림이 있을 거야. 여보? 베일리한테 갈아입힐 옷 있어?”

엄마가 고개를 저었다. “작년 여름에 작아진 옛날 드레스밖에 없어. 새로 맞춰줘야겠네.”

“그 옛날 여름 드레스 찾아봐. 내가 베일리가 발견한 울타리 구멍 정찰하러 갈게. 거기 새 드레스 있으면 가져올게.”

베니가 요람에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아빠, 울타리 근처 가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엄마가 아빠 때릴 거예요?”

엄마와 아빠가 둘 다 웃었다. 아빠가 순찰 재킷을 입었다. “아니야, 베니. 순찰대랑 같이 가는 거야. 고양이가 무라카미 씨 정원 밖으로 코를 내미는지 알아야 해.”

베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나도 순찰대 들어가면 때림 안 맞아요?”

“낮잠 때 조용히 안 하면 오늘 맞을 거야, 순찰병.”

베니가 베개에 머리를 쿵 떨어뜨리고 코를 골 척했다.

아빠가 나가자 베일리는 작년 여름 드레스를 입어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결국 맨 엉덩이를 의자에 앉히고 엄마가 재봉틀을 돌리는 걸 도왔다. 엄마의 패턴을 따라 당근 주황색 부드러운 천으로 심플한 드레스를 만들었다. 베일리의 라일락 털과 잘 어울렸다. 거울을 보니 옷을 입었다는 안도감에 디자인의 단순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가 이를 딱딱거렸다. “뭐, 밤옷으로는 쓸 만하겠네.”

베일리가 치마를 꽉 쥐고 천을 비틀었다. “아빠가 드레스 구하러 가다 고양이한테 당하면 어쩌죠? 다 제 탓이에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나쁜 일을 걱정하지 마. 아빠는 네 나이 때부터 여우를 피해 다녔어. 설령 고양이한테 찢겨 죽는다 해도 네 탓이 아니야. 이제 침대로 가서 기도하고 자. 해 지면 바로 취침 때림 줄 거야.”

베일리의 방은 부엌과 바로 붙어 있었다. 손을 등 뒤로 하고 가볍게 침대로 가 앉았다. “아빠가 해 지기 전에 안 오시면… 엄마가 취침 때림 해주실 거예요?”

엄마가 서랍에서 나무 ‘토끼털 빗’을 꺼내 발에 톡톡 쳤다. “어차피 네 못된 엉덩이 때려줄 거야. 내가 용서하는 마음으로 기도할 테니, 너는 용서를 구하는 기도 해라.”

베일리가 침대 옆에 무릎 꿇고 손을 모았다. “네, 엄마!”

베일리가 더듬더듬 기도를 마칠 무렵 아빠가 돌아왔다. 드레스를 정확히 두고 온 곳에서 찾았지만 비와 이슬에 흠뻑 젖고 진흙투성이였다. 엄마가 얼룩을 보며 한숨 쉬었다. “이 예쁜 새 드레스를 이렇게 만들다니! 차라리—”

베일리가 엿듣고 눈을 살짝 뜨고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았다. 꼬리가 쭉 섰다.

엄마가 진흙 묻은 드레스를 빨래줄에 걸고 짠 카펫 털이를 집어 들었다. 팔을 휘둘러 연습 동작을 하더니, 진흙 묻은 드레스 엉덩이 부분에 쩌렁 소리 나게 한 대 쳤다. “아니. 드레스에 진흙 좀 묻혔다고 혼내진 않을게. 하지만 여보, 오늘 밤 베일리 취침 때림은 내가 하고 싶어.”

아빠가 눈썹을 치켰다. “오?”

“물어보기 전에 말하지만, 아직도 가엾게 생각하긴 해. 그래도 또 때려야 한다는 건 맞아… 그리고 너는 애들 때리는 걸 싫어하잖아. 내가 도울게. 게다가 맨 엉덩이 토끼 엉덩이 때리는 게 용서하는 기분을 들게 하거든.”

아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여보. 또 가엾은 베일리를 때려야 할까 봐 걱정했어. 그래도 베일리가 원하면 나도 같이 있을게.”

베일리는 부모님 대화를 똑똑히 들으며 귀를 꿈틀거렸다. ‘그래.’ 베일리가 생각했다.

베일리가 위를 보며 기도하는 손을 모았다. “고마워요, 하나님. 저를 사랑해주는 부모님을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때려줄 만큼 사랑해주셔서요. 때림이 너무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하지만 착해질 만큼은 아프게 해주세요. 아멘.”

두 토끼의 그림자가 베일리 위에 드리웠다. 뒤돌아보니 부모님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베일리는 천천히 새 잠옷 치마를 들어 올려 떨리는 꼬리를 드러냈다. 첫 때림의 붉은 손자국은 이제 야생 허브 로버트 꽃처럼 연한 분홍빛으로 바랬다. “엄마, 아빠, 다음 때림 받을 준비됐어요. 제 엉덩이 어디에 놓을까요?”

엄마가 베일리 옆에 앉아 허벅지를 토닥였다. “내 무릎 위에 올려놓고 보자…”

베일리는 자동으로 엄마 무릎 위에 엎드렸다. 하지만 아빠처럼 무릎 위로 끌어당기는 대신, 엄마는 베일리 다리를 무릎 사이에 끼워 고정하고 빗등으로 떨리는 꼬리를 쓸었다. “그래, 이렇게 맨 토끼 엉덩이는 처음 보는구나. 기저귀 갈아주던 때가 생각나네. 베일리야, 너를 아무리 봐도 여전히 그 통통 튀는 아기 토끼로 보여… 귀여운 웃긴 토끼 엉덩이까지.”

베일리가 끙끙거리며 속삭였다. “웃긴 토끼 엉덩이”는 아주 어렸을 때 엉덩이를 부르는 베일리만의 유아어였다. 텃밭에 처음 들어갔을 때 용감하고 어른스러웠다고 느꼈는데, 이제 엄마 무릎 위에 엉덩이를 치켜든 채 고정되니 가슴이 찔렸다. ‘난 여전히 멍청한 아기일 뿐이야!’ 베일리가 생각했다.

엄마가 손목을 가볍게 튕겨 빗등으로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아기가 아니지. 큰 애가 됐으니… 큰 애 때림을 받아야 해. 길고 세게, 내가 기억하는 아기처럼 다시 울 때까지!”

베일리가 발을 비볐다. “네, 엄마.”

아빠가 베일리 옆에 앉았다. “엉덩이 가리고 싶은 유혹을 참으려고 뭐라도 잡고 싶어?”

베일리가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아빠가 제 손 잡아주실래요?”

아빠가 베일리 양손을 잡고 손등을 토닥였다. “당연하지.”

엄마가 일정한 리듬으로 가벼운 사랑 톡톡을 계속했다. “자, 큰 애답게 엄마한테 네가 충분히 받을 만한 때림을 달라고 해.”

베일리가 얼굴을 찡그렸다. 대답하는 순간 부드러운 사랑 톡톡이 바로 세게 ‘사랑 철썩’으로 바뀔 걸 알았다. “네, 엄마. 제가 아주 나쁜 토끼였어요. 제가 마땅히 받아야 할 제대로 된 때림을 주세요.”

철썩! 퍽!

엄마가 빗을 빠르게 번갈아 양쪽 엉덩이에 내리쳤다. 베일리가 미친 듯이 튀어 올랐고, 단단히 고정되지 않았다면 공중으로 뛰었을 것이다. 아빠 때림으로 이미 무너진 결의가 순식간에 새 눈물과 아픔의 울음으로 녹아내렸다.

엄마가 엄숙하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빗을 다른 부위에 겨누어 엉덩이 전체를 고르게 붉게 물들였다. 통통한 아래쪽 곡선에 몇 번 더 집중했다. 서른 대쯤 되자 베일리는 화내는 어린아이처럼 비틀거리며 아빠 손을 잡아당겼다. “아니이이! 너무해!”

엄마가 고개를 저으며 속도를 높였다. “부끄럽지도 않니. 나쁜 나쁜 토끼.”

아빠가 베일리 손을 꽉 쥐었다. “가만히 있어, 베일리.”

베일리가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물을 깜빡이며 아빠 눈을 보았다. “못 해에에!”

하지만 엄마가 다시 속도를 높여 서른 대를 더 때리자 베일리가 울부짖으며 아빠 손에 얼굴을 묻었다.

엄마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빗을 높이 들더니, 천천히, 의도적으로 마지막 열 대를 강하게 내렸다. 베일리가 끽끽거리며 숨을 헐떡였다. 마침내 엄마가 빗의 매끄러운 면으로 아픈 엉덩이를 쓸었다. “백 대야. 이 정도면 충분할 거야…”

아빠가 베일리 머리를 토닥였다. “잘했어, 꼬마야. 거의 끝났어.”

베일리가 아빠 손에 눈물을 닦고 깜빡였다. “…거의?”

엄마가 가위 다리를 풀고 일어났다. “한 가지 작은 일만 남았어. 여보, 부탁할게.”

아빠가 등 뒤에서 엄마의 카펫 털이를 꺼냈다. 베일리의 꼬리가 쭉 섰다. 빨래에 엄마가 그걸 휘두르는 걸 본 적이 있었다. “하… 하지만… 드레스 더럽혔다고 때리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엄마가 카펫 털이를 받아들며 웃었다. “오호, 엿들었구나? 걱정 마, 그걸로 또 때리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아직 좀 화가 나 있고, 아빠가 철저히 하라고 했으니까… 카펫 털이로 딱 한 대만 때릴게. 다시는 무라카미 씨 정원에서 벌거벗고 돌아다니면 어떻게 될지 경고로 생각해.”

입술이 떨리는 베일리가 삐죽였다. “…네, 엄마.”

베일리의 꼬리가 축 늘어져 엉덩이 위를 살짝 가렸다. 저항이 무의미하다는 상징처럼. 아빠가 엉덩이를 토닥이고 보송보송한 꼬리 끝을 집어 들어 올렸다. “일어나서 침대 기둥 잡아. 몸 숙이고 꼬리 높이 치켜들어. 네 엉덩이가 엄마한테 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해.”

아빠가 손을 기둥으로 이끌자 베일리는 붙잡고 등을 젖혀 화끈거리고 물집 잡힌 엉덩이를 바쳤다. “네, 아빠.”

엄마가 카펫 털이 끝으로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팔을 풀고 각도를 익혔다. 베일리가 가벼운 톡톡에 끼익 소리를 내며 발끝으로 폴짝폴짝 뛰고 엉덩이 근육을 오므렸다 폈다 했다. 이를 악물고 숨을 참았다. 기둥을 꽉 잡고 꼬리를 높이 들고 마지막 때림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순종한다면.

베일리가 다급하게 긴장하며 때림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엉덩이가 떨리는 걸 느끼다가 마침내 숨을 내쉬고 엉덩이를 풀었다. 어쩌면 엄마가 베일리의 용감함에 감동해서 이 마지막 부분을 면제해줄지도?

쩌어엉!

엄마가 연습한 스윙으로 카펫 털이를 휘둘렀다. 매듭진 고리들이 베일리의 풀어진 엉덩이 살에 깊이 파고들었다. 프레첼 모양 자국이 엉덩이 전체를 가로질렀다. 잠깐 하얗게 보이다가 붉게 달아올랐다.

놀란 베일리가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뛰어올라 엉덩이를 움켜쥐고 침대에 착지했다가 방 안을 이리저리 튀며 고통의 전투 춤을 췄다. 목소리가 거의 노래처럼 들렸다. “이야아아! 으아아! 아하아아!”

엄마가 팔짱을 끼고 카펫 털이를 들고 고개를 저었다. “베일리, 그 소란 당장 그만둬. 너는 야만인이 아니라 숙녀야.”

베일리가 얼어붙고 손을 엉덩이에서 떼며 잠옷 치마를 다시 내렸다. “죄송해요, 엄마… 또 때려야 하나요?”

마침내 엄마가 미소 지었다. “오늘 밤은 안 해. 내일 아침까지 따뜻하게 해주려고 한 거고, 성공했네.”

베일리가 아빠가 내일 아침 마지막 때림을 준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귀가 축 늘어졌다. “아빠, 제발 마지막 때림 오늘 밤에 끝내면 안 돼요? 더 기다릴 수 없어요!”

아빠가 베일리를 안아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안 돼, 베일리. 오늘 밤 네 가엾은 엉덩이는 충분히 맞았어. 내일 때림이 제일 심할 거야. 오래 기억하게.”

베일리는 울고 싶었지만 눈은 건조하고 퉁퉁 부어 엉덩이만큼 따끔거렸다. “아… 좋아요… 더 많이 맞아야 해요. 이제부터 매일 엄마 아빠가 때려주실 거예요?”

아빠가 고개를 저으며 어깨뼈 뒤를 토닥였다. “베일리야, 왜 그렇게 많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

베일리가 엎드린 채 치마를 걷어 올려 오래 고난 끝에 빛나는 새빨간 엉덩이를 보았다. “왜냐면… 생각해보니까… 정원에서 죽었다면 오늘 이 때림을 안 맞았을 텐데… 엉덩이가 이렇게 아픈데도 오늘 살아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그런데 무라카미 씨 텃밭에 들어간 건 오늘을 위험에 빠뜨린 게 아니라 내일, 모레, 앞으로의 모든 내일을 위험에 빠뜨린 거예요… 그래서 평생 동안 맞아야 해요. 그날들을 낭비하지 말라고 가르쳐주려고요.”

엄마가 베일리 옆에 앉아 고개를 저으며 연고를 발랐다. “오, 베일리 아기야, 그걸 배우려고 그렇게 많이 맞을 필요 없어. 이미 배웠잖아.”

아빠가 베일리 머리 꼭대기에 입맞춤을 했다. “그래. 중요한 건 때림 자체가 아니라 때림이 가르쳐주는 거야. 매일 삶이 소중한 선물이라는 거. 그걸 기억하면 더 이상 그렇게 많이 맞을 필요 없어. 게다가 엄마 아빠는 너 때리는 걸 싫어해. 넌 우리 제일 사랑하는 꼬마야. 네가 아픈 걸 보는 게 가슴 아파.”

베일리가 무릎을 꿇고 일어나 훌쩍였다. “마음 아프게 해서 죄송해요.”

엄마 아빠가 둘 다 안아주었다. 엄마가 등을 쓰다듬으며 귀에 속삭였다. “네가 우리 마음을 깨뜨린 게 아니야. 우리 마음을 가득 채워줬어.”

아빠가 베일리 턱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용서해. 이제 좀 자. 내일 아침 마지막 시련이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넌 견딜 수 있을 거야.”

베일리가 떨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희미하게 웃었다. 새 눈물 두 방울이 흘렀지만, 베일리는 이상한 깨달음을 얻었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네, 아빠. 때려줘서 감사해요. 내일이 기다려져요.”

엄마가 윙크했다. “드디어 때림 끝내려고?”

베일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내일이 있다는 게 감사해요.”

엄마 아빠가 굿나잇 키스를 하고 이불을 덮어주자 베일리는 엎드린 채 누워, 내일 아침 기다리고 있을 일에 대해 머릿속이 윙윙거렸다.

[제4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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